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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 아, 담배 좀 피우지 말라고요. 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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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국은 익숙하게 훅 풍기는 독한 담배 냄새에 인상을 찌푸렸다. 안에선 피우지 말라니까. 저 형은 뭔 말을 듣지를 않아. 그는 어둑한 실내에 눈을 몇 번 끔뻑이고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. 가게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물체라 할 수 있는 흰 소파 위엔 회색빛의 먼지가 소복이 쌓여있었다. 청소 좀 하고 살아요, 형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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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 시끄러워. 뭔 놈의 애새끼가 오자마자 잔소리야. 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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음침하기 짝이 없어 마치 취조실을 연상케 하는 가게에서 태형은 담배를 뻑뻑 피워대기 바빴다. 잡동사니들이 널려있는 테이블 위엔 타버린 담배꽁초와 담뱃재가 수북했다. 얼마나 핀 거야, 형 골초예요? 보다 못한 정국이 혼잣말했다. 허나 태형은 골초, 그 단계를 한참이나 넘어서고 있었기에 상관하지 않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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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 ......너, 타투했냐? 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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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까부터 거슬리게 정국을 쳐다보던 태형이 입을 열었다. 하얗고 매끈한 정국의 목덜미엔 보지 못했던 한 마리 나비가 그려져 있었다. 크기는 비록 크지 않았지만, 그것만으로 태형의 심기를 건드리기엔 충분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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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 아, 아는 형이 해 준 거예요. 뭐 시험 삼아. 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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씨발. 태형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. 말끔한 정국의 몸에 누군가 손을 대었다는 자체가 싫었다. 물론 타투이스트를 직업으로 하는 그야 온몸이 흰 살을 찾아보기 힘들 지경으로 타투로 뒤덮였지만, 정국만큼은 건들고 싶지 않았다. 그래서 정국이 한창 커플 타투를 하자며 졸랐을 때도 완강히 거절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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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 어떤 새끼가 해 줬는데. 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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말했잖아요, 아는 형. 정국이 무덤덤하게 다시 대답했다. 언짢아 보이는 태형과 달리 그의 표정은 왠지 모르게 여유가 넘쳤다. 오히려 편안해 보이기까지 했다. 아예 태형을 약 올릴 심상인 건지, 그는 작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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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 아는 형? 그 형 잘생겼냐. 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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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 아뇨, 김태형보다는. 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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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 돈이 많아? 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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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국이 고개를 가로저었다. 이것도 아니고, 저것도 아니면 왜 만나는 건데. 태형이 의아한 듯 물었다. 요 며칠 전부터 아는 형, 아는 형 거리며 따르질 않나. 상대가 어지간히 궁금해 물었건만 정국은 또 고개를 가로저을 뿐 대답해 주지 않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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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 만나지 마. 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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태형의 단호한 어조에 정국은 피식 조소를 흘렸다. 형 주변인이나 좀 정리해요. 형 밤마다 끼고 자는 여자애들도 마찬가지고. 아, 특히 그 박지민이라는 인간. 뭐가 좋다고 맨날 연락 질이에요? 내가 거슬려서 어디 살겠나. 살살 속을 긁어대는 그에 태형의 눈썹이 모였다. 새끼야, 형 욕 나오기 전에 그만해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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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 박지민, 걔 너보다 존나 귀엽다. 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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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 아, 아까 윤기 형이 술 마시자고 한 거 그냥 따라갈걸. 괜히 나왔네. 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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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 아주 한 마디도 안 지지, 형한테. 나 안 괴롭히면 입에 가시가 돋냐. 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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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시 돋아 간지러워 미쳐요. 쉽게 받아치며 정국이 살풋 미소를 지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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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 전정국 가만 두면 안 되겠네. 어디 묶어줘? 도망 좀 못 가게. 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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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 안대도 씌워주세요, 형. 이왕이면 빨간색으로. 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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태형의 살벌한 말투에 겁을 집어먹기는 커녕 능글맞게 답하는 정국이었다. 즐기는 듯한 그의 모습에 기가 찬 태형이 헛웃음을 내뱉었다. 전정국, 당돌한 건 진짜 여전해. 한창 풋풋할 때 처음 만나 지금까지 끈질긴 연을 이어오고 있는 탓에 서로를 너무 잘 알았다. 과하게 속속들이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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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 아, 형. 나 용돈 좀 줘요. 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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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 뭔 용돈. 나도 돈 없어. 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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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 거짓말 말고. 형 돈 존나 많잖아요. 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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당당하게 손을 뻗는 정국의 표정이 해맑았다. 그가 한 말 모두 사실이었으니 그럴 만하다. 태형은 돈이 많았다. 어두컴컴한 곳에서 남의 몸 구석구석 만지며 타투 나부랭이나 그릴 사람이 아니었다. 골방 같이 좁디좁은 가게에서 나가면 재벌이든 갑부든, 거창한 수식어가 꼭 따라붙을 사람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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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 네가 꺼내 써. 돈 뽑으러 나가기도 귀찮다. 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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태형이 카드를 휙 던졌다. 미친, 형 블랙카드야? 번쩍한 자태를 뽐내는 카드가 정국의 손에 들렸다. 와, 사람들은 팔도에서 내로라 하는 부자가 방에 처박혀 담배나 태우는 건 알까? 정국이 중얼거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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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 안 나간 지 꽤 됐네. 오늘 8월은 됐냐? 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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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 헐, 형 언제부터 안 나간 거야. 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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형이 뱀파이어야? 토끼 눈으로 태형을 바라보는 정국이 물었다. 아, 십자가 들고 올걸.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는 그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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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 안 되겠다. 형, 나랑 나가. 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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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 내가 너랑 왜 나가. 애인도 아니고. 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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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 그래도 파트너잖아요, 파트너. 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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생글 웃으며 답하는 정국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. 얼핏 아무렇지 않아 보였지만 어딘가 찜찜한 것이, 썩 시답잖았다. 왜 쓸데없이 정 붙여. 너 형 돈 보고 만나는 거 아니냐? 태형이 한 쪽 입꼬리를 씩 올려 비웃는 표정을 지어보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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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 그렇긴 하죠. 김태형 돈 오십 프로 보고, 얼굴 오십 프로 보고. 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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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여간 돈은 존나 밝혀. 정국의 농담에 건성으로 답한 그가 주머니를 뒤적거렸다. 한참이나 제 몸을 뒤스럭거리던 태형이 곧 돈 뭉치를 하나 꺼내들었다. 그는 오만 원 값어치의 지폐들이 알차게 묶인 뭉치를 무심하게 정국에게 건냈다. 담배 두 보루, 소주 다섯 병. 남은 건 네 용돈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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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 안 사다 줄 거니까 직접 갔다 와요. 바깥 공기도 좀 쐬라고. 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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태형이 한숨을 내쉬었다. 귀찮게시리. 그는 거칠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 금발로 염색한 지 꽤 되어 검은 머리가 훌쩍 자란 머리를 한 번 쓸어넘겼다. 형, 나간 김에 염색도 다시 해요. 이번엔 은발 어때요. 정국이 옆에서 거들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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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 알았으니까, 저기 모자 좀. 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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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충 모자를 눌러 쓴 태형이 나갈 채비를 했다. 워낙 조각같은 외모를 가진 그였기에 샤워를 하지 않았든 피부가 푸석하든 그딴 건 애초에 눈에 들어올 수가 없었다. 뚜렷하고 깔끔한 이목구비만이 그를 빛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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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 잘생겼다, 형. 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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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 넌 왜 형만 보면 그 지랄이야. 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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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 잘생겼으니까. 그래서 형, 어디 간다고? 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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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 ......담배 사러. 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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